극복이란
작년 초쯤 대입을 마친 수험생분과 선생님이 함께 설산에 오르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는 주기적으로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렇듯 매년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내 인생에 지금보다 힘든 일이 있을까? 하지만 살다 보면 머지않아 또 새로운 일이 최대 힘듦 기록을 경신한다. 그렇지만 또 작년엔 죽을 것 같이 힘들던 일도 올해는 아무렇지 않기도 하다. 그 어떠한 고통도 지나가면 언젠가는 아무렇지 않아 진다는 것.
극복(克服)은 어려운 환경, 고난, 장애, 혹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습관을 의지로 이겨내고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거나 뛰어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도 그땐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어느 정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극복이다!
내가 등산을 시작한 이유
기대했던 대로 첫 등산을 하며 느꼈던 극복의 감정은 내 고통스러웠던 삶을 재현해 주었다.
어떨 땐 경사가 쉬웠다가 높았다가 지루하지 않은 굴곡이 있다. 중간중간 돌부리에 사소한 위험도 있고 꽃과 경치가 주는 즐거움도 있다. 무엇보다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꿀 같은 쉼터도 있으니 쉴까 말까 고민한다. 포기하고 싶어도 여기까지 왔는데 내려갈 수도 없으니 다시 한 걸음 나아가고. 그리고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힘들고 아프고 다치기 쉽다는 점도 참 즐거웠다.
나는 종종 더 힘든 등산에 도전하기로 다짐했고, 언제나 등산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기로 했다.
결국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도 나오듯, 진정한 깨달음은 타인에게서 배울 수 없고, 오직 스스로의 경험과 내면을 통해 찾아야 한다.
"당신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것은... 당신 자신의 구도 행위로부터, 생각을 통하여, 침잠을 통하여, 인식을 통하여, 깨달음을 통하여 얻어졌습니다. 그것은 가르침을 통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이것이 제 생각입니다, 세존이시여—누구도 가르침을 통해서는 구원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 당신께서도 말씀과 가르침으로는, 깨달음의 순간에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누구에게도 전달하거나 보여줄 수 없을 것입니다."
고통이 스스로 나아지는 건 아니다. 그것이 지나가야 결국 잊히고 아무렇지 않아 지는 것이다. 내가 해결할 의지가 있어야 도움을 받기도 공부를 해서 방법을 찾기도 한다. 의지 없이 마주치지 않고 우연히 지나간 고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결국 재발할 것이다. 피하지 말고 정면돌파 해야 한다.
공황장애가 치료되었다는 건 뭘까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질문을 드렸던 적이 있다.
공황이 오는 환경에서도, 과거에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나도 아무렇지 않은 상태. 그땐 그랬지… 정도가 되면 치료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죽을 것 같은데 아무렇지 않다고? 이 고통을 떠올려도 콧방귀를 뀌며 우습게 느낀다고? 하지만 정말 그랬다.
이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버티다 보면 언젠간 정말 아무렇지 않은 상태가 된다. 극복이란 곧 깨달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