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를 읽다 보면 인상적인 통계가 계속 나온다. 성적이 가장 낮은 의대생도 기버, 가장 높은 의대생도 기버. 생산성 꼴찌 엔지니어도 기버, 매출 1등 영업사원도 기버. 그런데 이 연구들은 대체 사람을 어떻게 기버, 테이커, 매처로 나눴을까?
궁금해서 원논문까지 추적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책의 통계 대부분은 원논문이 "기버/테이커/매처"를 직접 분류한 것이 아니다. 그랜트가 인접 개념 — 친화성 성격 척도, 호의 교환 비율, 사회적 가치 지향성 — 을 측정한 기존 연구를 자신의 프레임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 점이 이 책에 대한 학술적 비판 지점이기도 하다.
세 유형의 엄밀한 정의
그랜트의 정의는 호혜성 스타일(reciprocity style), 즉 교환 상황에서 주는 것과 받는 것의 선호 비율이다.
- 기버(Giver):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쪽을 선호한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대가 계산 없이 기여한다.
- 테이커(Taker):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은 쪽을 선호한다. 자기 이익을 우선하고, 기여는 최소화하면서 획득을 극대화하려 한다.
- 매처(Matcher): 주고받음의 균형, 즉 등가 교환을 선호한다. "받은 만큼 갚고,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공정성 규범으로 움직인다.
중요한 단서가 하나 있다. 그랜트 본인도 이것이 고정된 성격 특질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뀌는 스타일이라고 명시한다. 직장에서는 매처인 사람이 가족에게는 기버일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직장에서 매처로 행동한다.
통계 1 — 벨기에 의대생: 기버는 1학년 땐 꼴찌, 졸업할 땐 1등
책에서 가장 유명한 통계다. 출처는 Lievens, Ones & Dilchert (2009),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997년 입학한 벨기에 의대생 627명을 7년간 추적한 연구다.
그런데 이 논문은 기버를 분류한 적이 없다. 실제 측정은 Big Five 성격검사(NEO-PI-R) 자기보고였고, 성격 요인과 학점의 상관을 봤을 뿐이다. 그랜트는 이 중 친화성(Agreeableness), 특히 이타성 관련 문항 — "나는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타인의 필요를 미리 살핀다"에 대한 동의 정도 — 을 "기버 점수"로 재명명했다. "기버가 11% 높은 성적"이라는 수치도 논문의 타당도 계수를 그랜트가 효과 크기로 환산한 것이다.
통계 2 — 엔지니어: 기버는 생산성 꼴찌지만 존경받는다
출처는 Flynn (2003),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통신회사 엔지니어 16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셋 중 가장 "기버/테이커" 개념에 가까운 측정이다. 동료 상호평가로 각자가 "준 호의가 받은 호의보다 많은지(관대함), 교환 빈도는 어떤지"를 측정하고, 생산성은 회사의 객관적 지표와 대조했다. 결과: 준 것이 받은 것보다 많은 사람(기버형)은 사회적 지위와 존경은 높지만 개인 생산성은 낮았고, 주고받음이 균형인 사람(매처형)이 생산성이 높았다.
통계 3 — 영업사원: 최상위 기버는 연매출 50% 높다
노스캐롤라이나 영업사원 연구는 별도로 출판된 논문이 아니라 그랜트 본인이 수행해 책에서 처음 보고한 필드 연구다. 그랜트가 개발한 자기보고 설문으로 "자기 홍보 대비 타인 조력에 얼마나 초점을 두는가"의 기버 점수를 산출하고 실제 매출과 대조했다. 생산성 최하위 영업사원들의 기버 점수는 평균보다 25% 높았지만, 최상위 영업사원들도 기버였고 이들은 테이커와 매처보다 연매출이 50% 높았다. 동료 평가로 검증된 것이 아닌 자기보고라는 한계가 있다.
분류 체계의 학술적 원류 — 사회적 가치 지향성(SVO)
책의 주석에서 그랜트가 기버/테이커/매처의 뿌리로 지목하는 것은 Van Lange 등의 사회적 가치 지향성(Social Value Orientation) 연구다. 이 연구 전통에서는 사람을 **친사회형(prosocial), 개인주의형(individualist), 경쟁형(competitor)**으로 나눈다. 여러 연구에서 친사회형이 과반(대략 50~60%)으로 가장 많다. "직장에서는 매처가 가장 많다"는 책의 진술은 그랜트 자신의 설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뭘까 — 직접 판별하는 세 가지 방법
방법 1 — 학술 표준: Triple-Dominance Measure
Van Lange의 9문항 검사다. 가상의 타인과 점수를 나누는 선택을 9번 한다. 점수는 실제 가치가 있고, 상대는 다시 만날 일 없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가정한다. 대표 문항의 구조는 이렇다.
| 선택지 | 나의 점수 | 상대의 점수 | 해석 |
|---|---|---|---|
| A | 480 | 80 | 경쟁형 — 나와 상대의 격차 400점을 최대화 |
| B | 540 | 280 | 개인주의형 — 내 절대 점수 540을 최대화 |
| C | 480 | 480 | 친사회형 — 공동 총합과 평등을 최대화 |
9문항 중 6개 이상 같은 유형을 고르면 그 유형으로 분류된다. 본능적으로 C를 고른다면 기버 성향, B라면 자기이익형 테이커, A라면 경쟁형 테이커에 가깝다. 매처는 SVO 분류에 직접 대응이 없는데, 친사회형 중 "격차 최소화" 동기가 강한 사람이 매처에 가깝다.
방법 2 — 그랜트 공식 자가진단
그랜트가 책 출간과 함께 만든 공식 검사가 adamgrant.net/quizzes에 무료로 있다. 상황별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묻고 기버/테이커/매처 비율을 백분율로 알려준다. 자기보고 버전과,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360도 버전이 있다.
방법 3 — 연구들이 실제로 쓴 행동 기준으로 자문하기
Flynn 연구의 조작적 정의가 가장 실용적이다. 지난 몇 달을 돌아보자.
- 동료에게 준 호의(시간, 지식, 소개, 도움)와 받은 호의를 실제로 세었을 때 준 쪽이 명확히 많은가(기버), 비슷한가(매처), 받은 쪽이 많은가(테이커)?
- 도움을 줄 때 "이 사람이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계산하는가? 계산한다면 매처,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도 돕는다면 기버다.
- 성과를 말할 때 "나"를 주어로 쓰는 빈도는 어떤가? 그랜트는 공을 독점하는 언어 패턴을 테이커 식별 단서로 제시한다.
자기보고는 기버 쪽으로 부풀려지는 편향이 강하다. 그래서 그랜트도 360도 평가를 권장한다. 방법 3을 동료에게 직접 물어 교차 검증하는 것이 가장 엄밀하다.
참고 자료
- Lievens, Ones & Dilchert (2009), Personality Scale Validities Increase Throughout Medical School — PubMed
- Flynn (2003), How Much Should I Give and How Often? —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 Van Lange (1999), An Integrative Model of Social Value Orientation
- Triple Dominance Measure of SVO 원문항
- Adam Grant 공식 퀴즈